우리나라 국보 제1호는 숭례문이고, 보물 제1호는 흥인지문이다. 왜 비슷하게 생긴 성문(城門)을 두고 어떤 것은 국보라 하고, 어떤 것은 보물이라 할까?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지정하였으며, 보호ㆍ관리 측면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것에 대한 의문점을 풀려면 먼저 문화재보호법을 살펴보아야 한다.
문화재보호법 제 4조는 보물ㆍ국보의 지정에 대한 근거를 '문화관광부장관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보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 문화의 견지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類例) 가 드문 것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로 지정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유형문화재란 건조물, 전적, 서적, 고문서, 회화, 조각 ,공예품 등 유형의 문화적 소산 중에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考古資料)를 일단 문화재로 지정하여 국가에서 보호한다. 그리고 그중에서 특히 역사적, 학술적, 미술적 가치를 지닌 중요한 문화재를 보물로 지정하여 국가가 특별한 관심을 두고 관리와 보호하는데, 보물들 중 특별히 뛰어난 것을 국보로 지정한다. 여기서 특별하다는 뜻은 제작 연대가 오래되면서 그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예술품이거나, 워낙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제작했거나 유서가 깊으며, 또 고고학적이나 문화사적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나 문화사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말한다.
그런데 고미술품이 국보나 보물같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데는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땅을 강점한 일본은 '조선보물ㆍ고적 ㆍ명승 ㆍ천연기념물 보존령'을 발표하며, 1933년 419건의 유형문화재를 보물로 지정하였다)남한 367건, 북한 52건).
일본 본토의 문화재는 국보로 지정하면서 이 땅의 문화재는 한 점도 국보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일제가 우리 문화재를 격하시켰기 때문이다. 이것은 해방 후에도 그대로 계승되어 1955년에 일괄 국보로 지정해 보물은 한 점도 없게 되다가,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공포되면서 국보와 보물로 구분되어 재 지정되었다. 보물은 보물지정 기준에 합당한 것을 지정하기 때문에 같은 수준의 것들이 많아 지정 숫자가 국보보다 많다. 그리고 고미술품은 새롭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뒤에 발견된 유물이 먼저 국보로 지정된 동종의 유물보다 작품이 더 뛰어나다 하더라도 동종 우선순위에 따라 보물로 지정되기도 한다. 또 국보나 보물의 지정 번호는 가치가 높고 낮음을 표시한 것이 아니라 지정한 순서일 뿐이다.
일제는 지정 문화재를 조사하면서 서울 중심의 유물부터 지정 번호를 부여했는데, 그것이 그대로 계승된 것이다. 숭례문이 국보 제 1호로 지정된 것은 서울에 소재한 결과이지, 한국의 문화재 중 가장 으뜸이란 뜻에서 1번이 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국보나 보물의 지정이 문화재위원의 심의에 따라 결정됨으로 학자의 견해에 따라 지정에 비리가 개입될 소지가 많다. 특히 개인이 소장한 고미술품일 경우에 그렇다. 심의위원과 소장가의 친분에 따라 보물로 지정된다. 보물급을 국보로 지정해 달라고 거금이 오갔다는 소물도 심심찮게 들린다. 왜냐하면 보물보다는 국보로 지정된 고미술품이 골동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물 중 우리 조상이 만든 걸작품이 아닌 것이 하나 있는데, 일명 '손기정투구'라 불리는 보물 제904호. 그리스의 청동투구이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 선수가 부상으로 받은 것으로,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 코린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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