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의 독특한 형태와 예술적 가치
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는 보물 제644호로 지정된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백자항아리이다. 이 항아리는 높이가 47센티미터에 달하며, 풍만한 어깨선과 급격히 잘록해진 허리선이 특징이다. 이러한 형태는 벌의 허리를 연상시키며, 매병이 한국 여인이 물동이를 이고 있는 뒷모습을 닮았다면, 이 항아리는 서양 여인이 코르셋을 착용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 항아리는 1489년에 제작된 청화백자홍치명송죽문호(국보 제176호)와 매우 유사하며, 값비싼 코발트계의 청화안료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린 점으로 보아 조선 전기의 분원에서 궁중 진상품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양과 색조의 특징
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의 문양은 소나무와 대나무가 있는 풍경 속에서 독서와 풍류를 즐기는 인물을 묘사하고 있다. 노송 아래에는 선인이 앉아 있고, 대나무 밑에는 거문고를 든 동자를 거느린 선비가 속절없이 거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문양은 당시의 회화적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회백색의 태토에 약간 담청색을 띤 백자유가 전면에 고루 시유되어 있다. 빙렬이 없으면서도 광택이 좋은 편이다. 15세기의 청화백자는 선명하고 진한 발색을 자랑하는 반면, 이 항아리의 문양 색조는 엷고 흐리며, 구도와 인물 배치, 묘사에서 16세기 후반의 회화적 특징이 강하게 나타난다.
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의 발견과 거래 이야기
1929년 개성에서의 발견
1929년, 개성에서 골동품 중개업을 하던 변유식은 일꾼들로부터 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를 제안받았다. 변유식은 인삼 재배 가문에서 태어나 홍수로 인해 집안이 어려워지자 어린 나이에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변유식은 서울에서 골동가게를 운영하던 이광영의 제안으로 골동품 중개업에 뛰어들며, 청화백자의 가치를 이해하게 되었다. 일꾼들은 공사장에서 발견한 이 항아리를 100원에 팔겠다고 했으나, 이는 당시 초가집 5채 값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었다. 변유식은 선배의 조언을 받아 60원에 항아리를 구입하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서의 거래
변유식은 서울에 도착해 일본인 골동상 스즈키에게 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를 500원에 팔았다. 스즈키는 일제강점기에 서울에 진을 친 일본인 골동상 중 하나로, 영목상점이라는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변유식은 이 거래로 횡재한 돈을 전대에 챙기고, 근사한 양복을 맞춰 입으며 금의환향했다.
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의 소유자 변화와 현재 위치
우영하와 박봉진
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는 스즈키에게서 우영하로 소유자가 변경되었는데, 우영하는 개성 출신으로 셈과 장부정리에 능한 인물이었다. 이후 이 항아리는 8·15 해방 후 개성박물관을 창립한 박봉진이 소장하게 되었다. 박봉진은 개성에서 거부로 유명한 인물로, 6·25 전쟁 이후 아현동에서 고무신을 제조하던 경성고무공장을 운영하던 그의 아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장규서와 이화여대박물관
박봉진의 아들이 사망한 후, 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는 부인과 아들에 의해 장규서에게 팔렸다. 장규서는 부산 피난 시절부터 이화여대 김활란 총장을 도와 이대 박물관의 전신인 필승각 설립에 기여한 인물로, 처음부터 김 총장과 인연을 맺고 고미술품 수집 책임자로 활동했다. 장규서가 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를 구입한 것은 필승각의 자금으로 이뤄졌으며, 이로 인해 현재 이화여대박물관이 이 항아리를 소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사연과 조건으로 항아리를 거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의 문화적 의의
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는 조선 전기의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물로, 독특한 형태와 문양, 색조 모두 당시의 회화적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개성에서 발굴되어 여러 소유자를 거쳐 이화여대박물관에 소장된 이 항아리는 한국 도자기 예술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항아리는 단순히 미적 가치를 넘어서, 조선 시대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결론
청화백자송죽인물문호는 그 형태와 문양, 색조에서 조선 전기의 회화적 특징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개성에서 발굴된 이후, 여러 소유자를 거쳐 이화여대박물관에 소장된 이 항아리는 한국 도자기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이 항아리는 조선 전기의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를 이해하는 데 있어 귀중한 자료로 남아 있으며, 현재도 많은 이들에게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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