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불화는 그 화려한 색상, 정교한 묘사, 치밀한 구도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아미타삼존불(阿彌陀三尊佛, 국보 제218호)은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불화는 1979년 이병철 회장이 일본에서 되사온 것으로, 현재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아미타삼존불의 특징
아미타삼존불은 고려 불화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불화에서는 아미타불이 구름무늬의 상의를 입고,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뜨려 죽은 자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장보살은 오른손에 보주(寶珠)를 든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으며, 관음보살은 허리를 굽혀 연대를 두 손으로 받치고 있다. 이는 왕생자를 태워 극락으로 향하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아미타삼존불의 역사
1979년, 일본의 대화문화관(大和文華館)에서 고려 불화전이 열렸다. 대화문화관은 일본 나라(奈良)에 위치한 사립 미술관으로, 회화, 도자기, 금속공예, 목칠공예품 등 한국의 고미술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이 전시회에 출품된 불화들은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으로 반출된 것들이다.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불화전에서 일부 작품을 사들이려 했으나, 높은 가격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아미타삼존불과 지장도(地藏圖, 보물 제784호)를 사들이기로 결심하고, 미국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경매에 참가하게 했다. 결국 이병철은 치열한 경합 끝에 두 작품을 낙찰받았다.
지장도의 특징
지장도는 두건을 쓴 지장보살이 커다란 신광을 배경으로 반가한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을 그린 불화이다. 오른손에는 보주를 들고 왼손은 아래로 내리고 있으며, 아래에는 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시왕(十王)이 그려져 있다. 지장은 '대지처럼 만유의 모태이며 만유를 기르는 자'라는 의미로, 저승 세계를 다스리고 교화하는 보살이다.
시왕과 지옥의 묘사
지장도에는 여러 지옥을 다스리는 시왕이 묘사되어 있다. 시왕은 죄인의 죄를 심판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지옥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염라대왕은 이승에서 죄인으로 인정된 사람을 잡아다가 죄의 유무를 가리는 대왕이다. 진광대왕은 염라대왕이 죄가 있다고 판결한 죄인을 어느 지옥에 보낼지를 결정한다.
- 연화지옥: 초강대왕이 다스리며, 죄인을 지글지글 끓는 가마솥에 집어넣어 고통을 주는 가장 가혹한 지옥이다.
- 냉동지옥: 송제대왕이 다스리며, 죄인을 얼음 통에 집어 넣어 사지를 오그라들게 만든다.
- 검술지옥: 오관대왕이 다스리며, 창과 검이 박힌 땅바닥에 죄인을 내던져 고통을 준다.
- 발설지옥: 변성대왕이 다스리며, 언행이 바르지 못한 죄인의 혀를 길게 뽑아 고통을 준다.
- 독사지옥: 태산대왕이 다스리며, 죄인을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토굴 속에서 고통을 준다.
- 거철지옥: 평등대왕이 다스리며, 남의 돈을 떼어먹거나 사기, 공갈 등의 죄인을 고통을 준다.
- 철상지옥: 도시대왕이 다스리며, 품행이 좋지 못한 여자들이 고통받는 지옥이다.
- 암흑지옥: 전륜대왕이 다스리며, 비교적 가벼운 죄를 지은 사람이 다시 태어나는 지옥이다.
지장도는 생전에 지은 죄에 따라 어느 지옥에서 고통을 받을지를 보여준다.
아미타삼존불과 지장도는 고려 불화의 걸작으로, 그 역사와 예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이병철 회장의 노력으로 일본에서 되찾아온 이 불화들은 현재 한국의 문화유산으로 소중히 보존되고 있다. 이러한 불화들은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그 예술적 가치는 국내외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 글은 아미타삼존불과 지장도의 역사와 특징을 중심으로, 고려 불화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를 조명하였다. 아미타삼존불과 지장도는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한국 문화유산의 소중한 부분으로서 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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