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는 아름다운 옷을 입고 화장한 여인에 비한다면 조선백자는 지조 높고 기품 있는 선비에 비할 수 있다. 또 조선백자는 선비의 성리학적인 생활태도와 관련이 깊다.
그들은 무엇보다 검소하고 질박한 것을 생활신조로 삼고 살았는데, 그 취향에 꼭 맞는 기물(器物)이었다. 한 점 한 점에 선비다운 지조와 결백함이 그득히 담기고, 형태 또한 실생활에 쓰기 편리하도록 발전되었다.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자기이지만 막상 어떻게 하여 비취색과 흰색의 빛깔이 나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그 비결은 바로 고령토라 부르는 태토(胎土)에 있다. 중국 강서성의 경덕진 부근의 고령산에서 출토되는 고급 자기흙에서 유래한 말이다. 태토란 청자, 백자를 만드는 순수한 진흙으로 물에 섞어 반죽하면 그릇을 빚기에 적당하고, 불에 구우면 단단하게 굳어지는 성질이 있다.
청자는 철분이 조금 섞인 태토로 기물의 형태를 빚은 다음 철분이 1~3% 함유된 장석질(長石質)의 유약을 입혀 약 1,280 ℃정도의 환원염으로 구워 내고, 백자는 철분 없이 규사와 산화알루미늄이 주성분인 태토로 기물을 빚은 다음 그 위에 장석질의 잿물을 입혀서 약 1,300 ℃ 정도의 환원염으로 구워 낸다. 유약은 볏짚이나 소나무 등 식물을 태운 재로 여러 무기물이 포함되어 있고, 가마에서 자기를 구울 때에 산소가 많아서 붉은색의 불꽃이 나면 산화염이고, 시퍼런 불꽃이 나면 환원염이라 한다.
청자의 태토는 흐린 회색이고, 유약의 색은 초록이 섞인 푸른색이 투명에 가까운 비취색(翡翠色)으로 나타난다. 고려 사람들은 이 빛깔을 비색(翡色)이라 불렀다. 종종 산화염으로 굽거나 황록색의 유약이 들어 있으면 청자가 활갈색을 띠기도 했다. 이에 비해 백자는 태토나 유약에 철분이 없는 순백토로 만약 철분이 들어 있으면 회흑색, 갈색, 회청색 등 여러 가지 빛깔로 나타나 좋은 백자가 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철분을 모두 제거하기는 어려운 일이라 시대와 지방 가마에 따라 독특한 빛깔의 백자가 생산되게 한 것이다.
청자에 문양을 내는 기법은 음각(陰刻), 양각(陽刻), 투각(透刻), 그리고 상감기법이 두루 쓰였다. 음각은 기물을 만든 후에 무늬를 기면보다 낮게 파낸 것이고, 양각은 돌출된 무늬이다. 또 기면의 앞뒤를 뚫어 무늬를 나타내는 수법이 투각이다. 그렇지만 가장 독창적이고 한국적인 것은 상감기법으로 무늬를 기면에 조각도로 음각한 후에 백토(흰색)나 자토(검은색)를 붓으로 찍어 바른 후 기면과 같게 깎아 내고 구워낸 것이다.
백자의 문양을 살펴보면, 순백자는 맑게 갠 겨울날 함박눈이 소복이 쌓인 것 같은 빛깔이고, 유약에 약간의 철분이 섞였다면 담담한 회청색이 났다. 또 산화철(酸化鐵, 주로 무쇠 솥의 녹을 긁어 사용)이 주성분인 유약을 붓으로 찍어 무늬를 그리면 흑갈색의 무늬가 나타나고, 이것을 철화백자라 불렀다. 또 붉은색을 내는 산화동(酸化銅) 유약으로 무늬를 그린다음 구웠을 때는 진홍 혹은 적갈색의 빛깔을 내는데, 이것을 진사(辰砂)라고 하여 매우 귀하게 여겼다.
또 코발트를 안료에 타 붓으로 무늬를 그린 다음 유약을 발라 구워 내면 청색의 백자가 되는데, 청화백자(靑華白磁)라 부른다. 그런데 조선백자에는 우리만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문화 전통이 배어 있다. 백자에 무늬를 내는 방법은 태토에 무늬를 그린 다음 그 위에 유약을 발라 굽는 방법인 유하시문(釉下施文)과 유약을 입혀 완전히 구워 낸 백자 위에 안료(채료)로 무늬를 그리고 다시 약한 온도에서 구워 안료가 유화에 녹아 붙어 문양을 내는 유상시문(釉上施文)이 있다.
우리나라는 명나라와 빈번하게 교류했지만, 명대에 발전하고 청대에 극성을 부린 유상시문 방법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오로지 유하시문만을 고집하여 중국의 문화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였다. 이것은 우리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만 스스로 선별하여 우리 것으로 삼았던 좋은 본보기이다.
<알고 나면 미술박사> 삼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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